동네 골목을 걷다 바닥을 유심히 보고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우리는 골목길에 왜 하필 아스팔트를 까는 걸까. 아스팔트 이전의 골목은 어땠을까. 거칠고 단단해서 뛰어놀기엔 영 불안하고 거무튀튀한 것이 무언가 불쾌하다. 초겨울 끝까지 남아 물렁해진 감이라도 골목에 떨어지면 흐트러지지 않고 눅진하게 바닥에 붙었다 서서히 썩어간다.
7년 전, 사무실을 처음 개소하고 마음만 앞서 만든 부모님 댁의 방 천장고는 5m에 육박한다. 처음 어린 딸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갔을 때 딸은 재우려 방에만 눕히면 영문 없이 울어댔다. 어느 날인가 자려고 누운 방에서 높은 천장을 바라보다 불현듯 작은 아이에게 이 방은 거대한 건물의 로비처럼 느껴지진 않았을까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시청 로비에 이부자리를 펴준다면 어땠을까. 과연 나는 울지 않았을까.
수락산 자락의 청원학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남자고등학교와 여자고등학교(이하 여고)까지 네 개의 학교가 모여 있는 캠퍼스다. 100cm부터 180cm까지, 20kg에서 80kg까지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이 공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요청받았을 때 개별성에 대한 고려가 무엇보다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적이거나 동적이거나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다양하고 많은 활동 영역을 필요로 하지만 실제 캠퍼스의 외부 공간은 아스팔트로 뒤덮인 자동차들의 공간이었다. 결국 마스터플랜은 캠퍼스의 한쪽 경계에 모든 주차 수요를 담는 주차장을 만들어 외부 공간을 다시금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돌려주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기본적으로는 아스팔트를 부드러운 포장과 흙, 잔디로 교체해 학교 전체가 공원, 마당과 같은 환경을 갖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2019년 마스터플랜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