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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I AM AN ARCHITECT

자리잡기

윤예림(윤): 스튜디오李心田心(이하 이심전심)의 가장 따끈따끈한 공간에서 뵙게 됐네요.

전필준(전): 리안갤러리의 본관 옆에 새로 건축한 전시 공간이에요. 내일이 개관 행사라 준비가 한창인 것 같아요. 이윤정(이): 한번 같이 둘러볼까요?

윤: 내부에 들어오니 공간의 규모가 꽤 큰 것 같아요. 외관의 볼륨으로는 그리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입면의 재료가 한몫하는 것 같아요. 알루미늄 패널로 감싸진 건물이 하나의 큰 스크린처럼 주변을 비추죠.

윤: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본관과는 사뭇 다르네요.

전: 본관 건물은 1990년대에 이곳 대구지역에서 거의 최초로 지어진 노출콘크리트 건물이에요. 처음 봤을 때 콘크리트의 날것 같은 물성이 이 건물의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건물에는 그 물성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거기에 담긴 의도를 해석해 이어오고 싶었어요. 말하자면 의미적 연속성이죠. 제 생각에 당시 설계자는 세부적 비례나 공간의 성격 등이 아니라 거친 물성을 가지는 순수한 형상 자체로서 건물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 같아요. 신관도 그에 따라 물성이 분명하게 부각되는 방법을 택했어요.

윤: 대구에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이전 사무실이 서촌에 있던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이: 2020년 초에 내려왔으니 아직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제 4년 차네요. 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전임 교원으로 임용이 되면서 대구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어요. 때마침 리안갤러리의 대표님도 만나게 됐죠.

윤: 대구에 와서 좋은 점이 있나요?

이: 사실 저는 고향이 대구예요. 가족들이 있어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거리에 차가 없다는 게 제일 좋아요. 전: 한편으론 지역에서 일어나는 급진적인 변화들을 보게 돼요. 예를 들어 대구에서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구성원 간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죠. 김해 같은 도시는 구도심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타운으로 변해 있고요. 서울에서 알아채지 못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지방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내재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먼저 발화하기 시작하는 곳이 지방인 것 같아요. 지금은 이곳만의 현상일지라도 언젠가는 사회 전체로 확산되겠죠. 그런 변화를 먼저 알아채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림과 건축

윤: 이심전심은 각각 순수미술과 건축을 전공한 두 소장님으로 구성돼 있죠.

전: 건축가인 저와 판화를 전공한 이윤정 소장이 함께 제품과 가구, 인테리어와 건축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품과 가구 분야는 李心田心디자인이라는 브랜드를 따로 설립해 이윤정 소장의 주도로 운영하고 있고요.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르고, 각자의 영역이 분리되어 있지만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건축이나 제품이나 구분 없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집에서든 작업실에서든 늘상 ‘이건 어떠냐’, ‘이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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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의 교수로 2001년부터 현재까지 근현대 건축의 역사와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 도쿄대학교(東京大學) 대학원 건축사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UC버클리(UC Berkeley) 방문학자와 교토공예섬유대학교(KIT) 국제방문연구원을 지냈다. 2019년에는 도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근현대 비서구 사회의 건축과 도시의 변화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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