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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공부하던 학창 시절 나의 소망은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성공한 건축가들은 그만의 건축관을 ‘건축 철학’이라고 말하지만 난 ‘건축 철학’이라는 단어가 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건축가들이 너무 무게 잡는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건축설계 프로젝트를 할 때 다른 친구들은 나의 ‘작품’이라고 불렀지만 나는 항상 나의 ‘숙제’라고 불렀다. 남다른 생각을 하려면 나만의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건축가들이 쓴 책을 되도록 안 읽으려고 했다. 다른 건축가의 아류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대신 그 건축가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었을 좀 더 근본적인 책들을 보려 했다. 나에게 그 책들은 현대물리학, 철학, 심리학, 기독교 신학책이었다. 철학책들은 읽었지만 대부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나의 관심을 끄는 것들은 주로 현대물리학 책들이었다. 그 배경에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라는 책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 철학은 국민윤리 시간에, 물리학은 물상 시간에 배우는 전혀 다른 학문이었다. 그런데 카프라의 책은 철학과 과학이 같은 생각을 다르게 설명할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것도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서 말이다. 뛰어난 인간의 생각이 다른 분야에서 다르게 표현될 뿐이라는 사실은 내게 두 가지 깨달음을 주었다. 하나는 분야를 뛰어넘어서 통섭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을 통해서도 그러한 깨달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대학교 시절 배운 여러 지식들을 건축으로 녹여 디자인을 표현해보려고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을 준비하던 1990년대 초 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사이버 공간’이 장식했다. 나는 당시 컴퓨터 모니터에 있는 텍스트뿐인 인터넷 홈페이지들을 보고 왜 ‘공간’이라 부르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시 인터넷은 너무 느려서 학자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