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글을 써도 인세는 바닥. 출판사 강 팀장이 야한 성인로맨스를 쓰자고 제안했다. 먹고 살기 위해선 더한 거라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쓰자. 무조건 야하고 화끈하게 쓰는 거야. 붕가붕가하는 장면을 앞에 싹 몰아서 쓰고… 아니지, 중간마다 계속 붕가붕가를 하는…” 조금 더 설레도록 만들어서 야하고 화끈하게! 그런데 이 강팀장, 이번엔 나보고 에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란다. “제 친구인데 허공준 감독이요. 잘 생겼죠?” 허공준, 에로영화 감독. 나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있을 정도의 키에 어깨까지 떡 벌어져 운동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곰 같은 남자. 그래, 이제 아주 이쪽으로 가는구나. 돈 때문에 시작했다. 그런데 그와의 협업은... “친구 아버지를 유혹해서 섹스 후에 자살하는 이유가 뭐죠? 그것보다 무작정 해대기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줄 알아요?” 독설을 내뱉는 그를 후려 갈겨주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꿈속에선 말 그대로 그와 붕가붕가 직전까지 가는 난... 미친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