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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그 거대한 쇼핑몰은 왜 가운데 천장을 뚫어놨을까?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그 거대한 쇼핑몰은 왜 가운데 천장을 뚫어놨을까?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그 거대한 쇼핑몰은 왜 가운데 천장을 뚫어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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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그 거대한 쇼핑몰은 왜 가운데 천장을 뚫어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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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의 뻥 뚫린 중앙, 이케아의 불편한 동선 구조
이 모든 것이 고객을 머무르게 하려고 계획된 것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타임스퀘어는 천장이 훤히 보이는 보이드(void) 형태로 되어 있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건물의 중심이 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시원한 개방감도 제공한다. 이는 쾌적함을 느끼며 고객이 더 즐겁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이케아는 쇼핑을 시작하면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오기 힘들고, 넓은 매장을 빙 둘러 가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동선이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매출을 끌어올린다.
모든 모든 공간은 기획된다. 특히 상업시설은 동선, 물건의 위치 같은 눈에 띄는 구성부터 개방감, 불편함, 재미, 향기 같은 비가시적 요소까지도 치밀하게 계획한다. 정교하게 깃든 건축학적, 심리학적 전략들을 복합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상업 공간이다.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슈퍼마켓이나 작은 점포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
그렇다면 끌리는 공간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김성문, 심교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업시설 전문가다. 김성문 교수는 메세나폴리스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에서 상업시설 개발을 경험했고, 이를 토대로 현장과 강단에서 대한민국 상업시설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는 장본인이다. 심교언 교수는 각종 언론에서 부동산에 관해 공신력 있는 의견을 내고 있으며, 굵직한 국책사업에 다수 참여한 경력이 있는 명실상부한 부동산 전문가다.
책에서는 두 저자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심리학적, 건축학적, 마케팅적 관점에서 상업시설 전략을 다각도로 내놓았다. 고객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판매할 물건이 고가인지 저가인지, 매장의 크기가 큰지 작은지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 기획과 마케팅 전략들에 명쾌한 해답을 준다.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분석과 심도 있는 연구를 더욱 세밀한 전략으로 발전시켰고, 누구든지 다양한 상황에 맞게 이 전략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다양한 사례 덕분에 마케팅, 건축, 공간 기획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교양서로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김 성 문
건국대학교에서 부동산학 석·박사를 취득했고, 주로 소매점의 경쟁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로 있으며, 지방공기업평가원 외부연구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부동산마케팅업체인 ㈜AK Robbie Partnership 대표로 대규모 개발사업에 필요한 사업계획과 전략 등을 연구한다. 롯데쇼핑㈜ 신규사업부문, GS건설㈜ 개발사업본부에서 대규모 복합상업시설을 개발하였으며,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강남구 등에서 소상공인 및 역세권 개발 정책에 대해 자문했다. 한국감정원 주관 “부동산개발 전문인력양성과정”과 한국경제신문사 주관의 “복합상업시설개발 전문교육과정”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테일 어트랙션》, 《리테일 로케이션》이 있다.

심 교 언
서울대학교 도시공학 학사, 동 대학원 도시공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남 경제자유구역개발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세종특별자치시 자문위원회 전문위원,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정비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다수의 국책사업에 참여했고, 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PF 사업에 관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였다. 언론사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하며, 각종 부동산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대중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 왜 버는 사람만 벌까?》가 있다.

■ 추천사
이 책은 소매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끔 풀어내는 게 묘한 매력을 준다. 방대한 전문 학술자료를 포괄하는 이론적인 접근으로 묵직한 신뢰감을 주면서도 실무적인 사례를 통해 쉽고 재미있는 이해를 도모한다. 부동산 마케터와 도시계획가가 쌓은 각자만의 색다른 경험과 경력이 신선한 시너지를 만들어 상업 시설을 공급하는 기업과 이를 소비하는 대중에게 설렘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특히, 리테일 공간의 심미성과 실용성,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쇼핑에 대한 심리와 행동, 이론과 실제를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상생 관계로 심도 있게 풀어나가면서도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활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있어서 상업시설 개발전문가의 필독서일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교양 도서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명예교수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소매점을 개발하는 기업과 실무자들에게 이 책은 간단명료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이 팔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거기에 집중하라고. 현업에서 얻은 전문성과 학업과 연구를 통해 습득한 균형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소매공간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무척 돋보인다. 대규모 상업시설 개발의 패러다임에 있어서 전환점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 김규화, GS건설㈜ 건축주택부문 대표

■ 목차
추천사 ― 4
•이야기를 시작하며 ― 5

1장 점포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01 쇼핑센터,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19
02 관성에 빠진 리테일러 24
03 타성에 젖은 디벨로퍼 32
04 팔고자 하는 게 상품인가 공간인가? 37
05 상품과 공간을 함께 소비하는 사회 46
06 소득이 아닌 가격이 소비를 주도하는 시대 52
07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쟁이 아닌 협력적 동반관계 62
08 어부지리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몰 73
09 외형과 내실에서 함께 진전을 이룰 때 성장한다 81
10 온라인 쇼핑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 87
11 온라인의 탈을 쓴 오프라인 95
12 오프라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102
13 상품과 가격에 이은 제3의 경쟁력, 공간 114

2장 분위기 활용하기
01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 125
02 우울함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 135
03 즐거움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 143
04 선택에서 필수가 된 즐거움 148
05 인간은 언제 개방감을 느낄까 155
06 개방감에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사람들 160
07 쇼핑에 집중하게 만드는 폐쇄감 168
08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밀집감 177
09 때로는 활력이 되기도 하는 밀집감 186
10 밀집 상황에 임하는 쇼핑센터의 자세 193
11 이타적인 소비를 이끄는 따뜻함 198
12 냉정과 열정 사이 206

3장 습성 활용하기
01 중심을 바꾸는 건 규모가 아닌 형상 217
02 공간 확장의 방향, 수직과 수평 229
03 육식동물을 위한 층별 상품 구성 239
04 모든 위치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243
05 왼쪽으로 도는 게 익숙한 사람들 253
06 좌측회전을 고려한 공간 계획 259
07 노출은 왼쪽, 판매는 오른쪽 269
08 매장계획은 왼쪽, 상품진열은 오른쪽 276
09 경제적 원리에 근거한 이동 경로 282
10 비경제적 이동을 극복하는 연속된 경험 289
11 쇼핑을 지워야만 살아남는 쇼핑센터 299
12 참신함의 수단은 바로 콘텐츠 308
13 경계를 허물 때 새로운 가치가 생겨난다 314

Language한국어
Release dateJan 20, 2021
ISBN9791197148958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그 거대한 쇼핑몰은 왜 가운데 천장을 뚫어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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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 김 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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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이 고객을 만든다

    1판 1쇄 발행 2021년 1월 20일

    지은이 김성문, 심교언 | 펴낸이 이재유 | 디자인 오필민디자인

    펴낸곳 무블출판사 | 출판등록 제2020-000047호(2020년 2월 20일)

    주소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1길 20, 2층 223호(우 06072)

    전화 02-514-0301 | 팩스 02-6499-8301 | 이메일 0301@hanmail.net

    ISBN 979-11-91433-02-9

    • 이 책에 실린 사진이나 인용된 자료는 저작권이 소멸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다만, 오랜 시간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수록된 경우, 책 출간 이후에라도 저작권자로부터 소식이 온다면 무블출판사는 성심을 다해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 책의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을 재사용하려면 저작권자와 무블출판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잘못된 책은 구입하신 서점에서 바꾸어드립니다.

    •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저자소개

    김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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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학교에서 부동산학 석·박사를 취득했고, 주로 소매점의 경쟁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로 있으며, 지방공기업평가원 외부연구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부동산마케팅업체인 ㈜AK Robbie Partnership 대표로 대규모 개발사업에 필요한 사업계획과 전략 등을 연구한다. 롯데쇼핑㈜ 신규사업부문, GS건설㈜ 개발사업본부에서 대규모 복합상업시설을 개발하였으며,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강남구 등에서 소상공인 및 역세권 개발 정책에 대해 자문했다. 한국감정원 주관 부동산개발 전문인력양성과정과 한국경제신문사 주관의 복합 상업시설개발 전문교육과정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테일 어트랙션》, 《리테일 로케이션》이 있다.

    심교언

    1612725245407_0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남 경제자유구역개발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세종특별자치시 자문위원회 전문위원,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정비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다수의 국책사업에 참여했고, 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한국부동산분석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PF 사업에 관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였다. 언론사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하며, 각종 부동산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대중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한다. 저서로는 《부동산, 왜 버는 사람만 벌까?》가 있다.

    1612383619666_2

    추천사

    이 책은 소매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 않게 풀어내 계속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준다. 방대한 전문 학술자료를 포괄하는 이론적인 접근으로 묵직한 신뢰감을 주면서도 실무적인 사례를 통해 쉽고 재미있는 이해를 도모한다. 부동산 마케터와 도시계획가가 쌓은 각자만의 색다른 경험과 경력이 신선한 시너지를 만들어 상업시설을 공급하는 기업과 이를 소비하는 대중에게 설렘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특히, 리테일 공간의 심미성과 실용성,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쇼핑에 대한 심리와 행동, 이론과 실제를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상생 관계로 심도 있게 풀어나가면서도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활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있어서 상업시설 개발 전문가의 필독서일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교양 도서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명예교수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소매점을 개발하는 기업과 실무자들에게 이 책은 간단명료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이 팔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거기에 집중하라고. 현업에서 얻은 전문성과 학업과 연구를 통해 습득한 균형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소매공간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무척 돋보인다. 대규모 상업시설 개발의 패러다임에 있어서 전환점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 김규화, GS건설㈜ 건축주택부문 대표

    이야기를 시작하며 1612383619961_4

    삼성동 코엑스몰은 지하층에 만들어진 쇼핑센터다. 지하철 삼성역이나 봉은사역과 연결되는데 어떤 역에서 내리든 선큰Sunken 형태로 된 넓은 공개공지를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 탁 트인 하늘과 햇살을 즐기노라면 어느새 여기가 지하라는 사실조차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 쇼핑몰 입구를 통과할 때도 마치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하층’임에도 폐쇄적인 공간으로서의 단점을 완벽히 극복한 쇼핑몰로 평가받는 이유다. ‘건축계획’이 가진 위대한 힘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구조는 합정역 인근의 메세나폴리스몰에서도 관찰된다. 이곳 역시 연결 통로를 빠져나오자마자 외기外氣와 마주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코엑스몰처럼 다시 실내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쇼핑몰 전체가 아웃도어Outdoor 형태로 만들어진 개방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는 지하 1층이 실질적인 1층이다. 쇼핑몰의 맨 밑바닥층이 하늘까지 열려있어서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그냥 거리의 상점가를 거니는 느낌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직접 방문해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수긍이 간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게 메세나폴리스의 복잡한 공간이다. 당연히 종이 위의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이해가 더 어려웠다.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조차 공간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지하 2층’에 자리한 대형 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원래는 ‘지하 1층’에 계획되어 있었다. 기능이나 위상을 따질 때 실질적으로 ‘1층’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던 그 ‘지하 1층’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직적인 위치만이 아니었다. 수평적으로도 대형 마트가 있던 장소는 상식과 맞지 않았다. 주 출입구나 다름없는 지하철역 연결통로 바로 앞에 배치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지하 1층이 유일한 지하층이었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층별로 경제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단지 ‘지하’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쓸모없는 공간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일에 참여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형 마트의 위치를 옮기는 작업이었다. 우수한 접근성과 가시성으로 노른자위 땅이나 다름없는 매장을 고작 평당 500만 원짜리 원가형 테넌트에게 내주어야 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물론 수익성이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쇼핑몰로 들어온 사람들이 짧지 않은 거리를 대형 마트 하나만 보고 걸어야 하는 상황도 용납하기 힘들었다. 다양성이 상실된 공간에서 역동성과 활력이 느껴질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대형 마트를 옮길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 2층에 있던 불필요한 주차장을 없앴다. 그리고 대형 마트가 있던 자리는 비싼 임대료를 받는 수익형 매장으로 전환했다. 커다란 매장 공간을 적당한 크기로 잘게 쪼개고,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새롭게 만들어 넣음으로써 말이다. 물론 지하 2층으로 옮겨간 대형 마트를 위해 지상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와 통로를 내어주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형 마트를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까지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분양 수입이 이전보다 무려 3,500억 원가량 늘어났으니 말이다. 물론 비용상승은 전혀 없었다. 건축 공사비를 비롯하여 그 어떤 비용도 추가되거나 증가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간을 주무르는 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새롭게 창출해낸 셈이다. ‘공간 계획’이 가진 막강한 힘이다.

    공간 계획은 주로 건축 부문이 주도한다. 사업계획 자체가 건축 부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본력이 부족한 디벨로퍼가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럴듯한 그림 한 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동원되는 분야가 바로 건축이기 때문이다. 사업추진이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보니 정식계약을 맺지 않고 그림을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계하는 사람들 역시 미래를 장담할 수 없으니 정성껏 그려내기가 부담스럽다. 간단한 법률 검토만 거친 다음 개략적인 밑그림만 그리는 정도다.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대규모 개발 사업의 상당수가 이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그렇게 얼렁뚱땅 만들어진 사업계획이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웬만해서는 계획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이 함께 공유하는 밑그림인 동시에 그들이 투자를 결심하게 된 의사결정의 핵심 근거이기 때문이다.

    설령 바로 잡아야 할 게 생기더라도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결정에는 언제나 책임이 뒤따르기에 누군가 나서서 변화를 주도하기도 쉽지 않다. 행여 상반된 이해를 가진 사람이라도 있으면 문제는 더욱 미궁에 빠져든다. 그래서 맨 처음에 그려진 그림으로 끝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무명의 설계자가 그린 도면이 대규모 개발 사업의 밑그림이 되고, 그중의 상당수가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다.

    놀라운 건 그들의 중차대한 역할만이 아니다. 건축 설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들의 높은 위상과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건축이 도시 계획과 마케팅의 영역을 넘나든지는 이미 오래고, 최근에는 ‘상환경商環境’이라는 새로운 장르까지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공간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가게로 불러들이고 지갑까지 열도록 고민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점차 확장되는 업역이 무색할 정도로 정작 자신들의 정체성만큼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모두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를 희망할 뿐 ‘플래너Planner’로서의 역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들조차 일부는 인간이 살기 좋은 공간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예술적인 건축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아부을 정도니까 말이다.

    ●1

    건물은 단지 감상이나 전시를 위해 만드는 예술품 혹은 장식물 따위가 아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지어지는 하나의 실용품이다. 그런 만큼 심미주의적인 접근도 중요하겠지만 심리주의적 사고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캐나다 출신의 유명한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역시 같은 생각이다. 더 나은 건축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다양한 건축적인 요소에 ‘왜’ 그리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양이나 색깔, 질감 등에 따라 인간의 뇌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말이다. 지금껏 건축이나 공간을 다룬 책들의 상당수가 심리학자나 뇌과학자에 의해 주도되어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노고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쇼핑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건축 공간에 관한 일을 해오면서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쉽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간 디자인이 심리학자나 뇌과학자보다는 오히려 건축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어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어차피 건축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사람은 심리학자나 뇌과학자가 아닌 건축 설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그들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업적을 쌓아왔다. 도서관만 가보더라도 적지 않은 건축가가 다양한 책을 저술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속적’인 영역에서 중요한 축을 이끄는 사람들치고는 내용이 지나치게 ‘예술적’이다. 대부분 건물의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춘 채 자신의 미적 취향을 기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심오한 내면과 철학을 담은 한 편의 시집이나 예술 서적에 가깝다.

    도시를 수놓은 건물들 역시 그들에게 부여된 위상이나 역할에 걸맞게 계획되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공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검토를 거친 다음 만들어진 결과물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행여 이미 지어진 건물들을 근거로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을 평균화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반복해오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은 했지만 정작 만들어낸 것은 그저 과거를 베낀 한 장의 ‘그림’은 아니었는지 스스로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쇼핑센터가 대표적이다. 경험에 따르면 모든 설계 기준은 이미 지어진 건물들에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존의 것들이 정답 혹은 모범답안이라는 근거도 없이 단지 먼저 지어졌다는 이유로 새롭게 지어지는 쇼핑센터의 표준 모델이 된다. 천장 높이와 동선의 넓이는 물론 매장의 크기와 형태, 에스컬레이터의 개수와 위치, 방향까지도 이미 지어진 쇼핑센터가 거울이 된다. 최소 100년 이상 지탱해야 할 첨단 사회의 건물이 이미 고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어느 20세기 건축가의 설계 지표에 의해 계획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에 따른 결과는 참혹하다. 형태와 디자인만 엄청난 발전을 이뤘을 뿐 기능적으로는 30년 전에 지어진 쇼핑센터나 최근에 지어진 것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마치 사람들의 체형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지하철 좌석이나 학교 책걸상의 크기와 높이 등은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있는 것처럼 말이다. 쇼핑센터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그림을 맡겼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소중한 영업 경험은 깡그리 무시된 채 아무 경험도 없는 누군가에 의해 30년째 같은 그림만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중이다. 아무런 피드백Feed-Back 없이 기능적으로만 이루어지는 도면 작업에 의식적인 고민과 검토가 있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해준다.

    이 책은 그간 건축가와 심리학자, 뇌과학자들이 일궈놓은 소산所産에 소매업자와 마케터, 그리고 도시 계획가의 시각을 덧대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업용 건축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간 계획에 반영하고,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의 시각과 이해관계까지도 모두 투영시키고자 노력했다. 당연히 상업 공간을 만드는 소매업체와 공간 기획가가 견지해야 할 거시적인 시각도 빼먹지 않았다.

    공들인 시간이나 노력과는 별개로 아쉬움은 늘 남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한 글이라고 해도 온라인 쇼핑이 세를 불려가는 시기에 논하기엔 이미 때를 놓쳐버린 주제라는 비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이 대세라고 한들 그 성장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테고, 거리에 늘어선 가게들 역시 아직은 자취를 감춰버릴 날이 요원하기만 하다. 언젠가는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 운명일지라도 유행은 어차피 돌고 도는 것이 아니던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모를 온라인의 시대가 저물면 또다시 오프라인 소매점의 시대로 회귀할 것이니 그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따름이다.

    모쪼록 각종 상업용 공간을 공급하는 건설사와 시행사,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소매업체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매점을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공간 기획가에게도 방향성과 영감을 불어넣는 글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안정된 노후를 꿈꾸며 상가를 분양받으려는 사람들 역시 상업공간이 가진 저마다의 가치를 평가하고 옥석을 가리는 안목을 갖추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상업용 공간의 최종 소비자인 대중들 역시 이 책을 자신의 지갑을 지켜내는 현명함과 지혜의 발판으로 삼기를 기원한다.

    가장 큰 바람은 부동산업계를 이끌어가는 건축가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들은 물론, 훌륭한 건축가를 꿈꾸며 공부하는 학생들 역시 독특한 시각적인 자극에만 집착하지 않기를 조심스레 희망해본다. 디자이너나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지만 논리와 이성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나는 게 시장이 바라는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소망들이 한데 어우러져 소매업과 유통업, 건설업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도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나아가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학계에까지 이바지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더없는 영광이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시작하는데 영감을 준 김인열과 최중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차례

    • 추천사

    • 이야기를 시작하며

    1장   점포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01 쇼핑센터,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02 관성에 빠진 리테일러

    03 타성에 젖은 디벨로퍼

    04 팔고자 하는 게 상품인가 공간인가?

    05 상품과 공간을 함께 소비하는 사회

    06 소득이 아닌 가격이 소비를 주도한다

    07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쟁이 아닌 협력적 동반관계

    08 어부지리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몰

    09 외형과 내실이 함께 진전을 이룰 때 성장한다

    10 온라인 쇼핑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

    11 온라인의 탈을 쓴 오프라인

    12 오프라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13 상품과 가격에 이은 제3의 경쟁력, 공간

    2장   분위기 활용하기

    01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

    02 우울함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

    03 즐거움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

    04 선택에서 필수가 된 즐거움

    05 인간은 언제 개방감을 느낄까

    06 개방감에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사람들

    07 쇼핑에 집중하게 만드는 폐쇄감

    08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밀집감

    09 때로는 활력이 되기도 하는 밀집감

    10 밀집 상황에 임하는 쇼핑센터의 자세

    11 이타적인 소비를 이끄는 따뜻함

    12 냉정과 열정 사이

    3장   습성 활용하기

    01 중심을 바꾸는 건 규모가 아닌 형상

    02 공간 확장의 방향, 수직과 수평

    03 육식동물을 위한 층별 상품 구성

    04 모든 위치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05 왼쪽으로 도는 게 익숙한 사람들

    06 좌측회전을 고려한 공간 계획

    07 노출은 왼쪽, 판매는 오른쪽

    08 매장 계획은 왼쪽, 상품 진열은 오른쪽

    09 경제적 원리에 근거한 이동 경로

    10 비경제적 이동을 극복하는 연속된 경험

    11 쇼핑을 지워야만 살아남는 쇼핑센터

    12 참신함의 수단은 바로 콘텐츠

    13 경계를 허물 때 새로운 가치가 생겨난다

    14 경계에서 꽃이 핀다

    15 경계에는 꽃만 피어나지 않는다

    4장   형상 활용하기

    01 상황에 무기력한 인간

    02 공간에 몸을 맞추는 인간

    03 공간 계획의 핵심은 사람들의 움직임

    04 자율을 선호하는 타율적인 인간

    05 강제에서 자율로 진화하는 박물관

    06 상품과 소비자를 고려한 동선 구조

    07 미궁에 빠트릴까, 미로에 가둘까?

    08 필요한 것은 움직임의 확산일까, 수렴일까?

    09 자연적인 곡선과 인위적인 직선

    10 곡선이 아름다운 이유는 직선이 있기 때문

    11 기능주의와 기능주의의 배반

    12 온통 네모만 가득한 쇼핑센터

    13 상품 구매 의지를 고려한 공간 계획

    • 이야기를 마치며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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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쇼핑센터,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1612383620689_10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영업을 끝낸 백화점은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두었던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낸다. 내일부터 진행될 각종 행사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과 매장에서 빠지거나 새롭게 들어오는 상품들이 함께 뒤엉키면서 한바탕 난장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업을 위한 인력과 장비들까지 더해지면 전쟁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그런데 기껏해야 한두 대밖에 없는 화물용 승강기는 이미 꽉 찬 상태로 문이 열린다. 이를 여러 번 지켜본 다음에야 비로소 짐을 실을 기회가 돌아온다. 온종일 매장에서 선 채로 일한 직원들로서는 여간 지치고 힘든 과정이 아니다.

    그들에겐 휴식도 사치다. 직원을 위한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백화점이 휴게시설을 마련해주었을 리 없다. 대부분 복도나 계단, 창고 등에서 휴식을 취한다. 인간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로 좁고 어둡고 차가운 공간에서 다리를 뻗고 몸을 누이며 옷을 갈아입는다. 직원의 복지나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기업과 전문가로서 사명감을 내팽개쳐버린 건축가. 이들이 함께 만들어 낸 비극적인 현실이다. 비극은 곧 자신의 아름다운 작품을 슬프고 초라한 닭장으로 전락시키는 참담함으로 이어진다. A4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육계肉鷄의 사육환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소개하기에는 다소 남사스러울 테니 말이다.

    대기업에 속하는 유통 회사들조차 그런 근무환경을 여태 당연하게 여긴다는 건 그만큼 국내 소매업 환경이 재래산업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증거다. 돈만 많이 벌었지 직원의 행복이 곧 매출과 비례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시대에 뒤처졌는지는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의 게리 데이비스Gary Davies 교수와 아일랜드 UCDUniversity College Dublin 마이클 스머핏 경영대학원의 로사 전Rosa Chun 교수가 진행한 연구만 보더라도 극명하다.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일수록 영업성과 역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실험은 이랬다. 회사 서비스에 대해 종업원이 평가한 점수가 고객이 매긴 점수보다 높은 매장(점포)에서는 다음 해의 매출액이 평균적으로 18%가량 증가했다. 특히 종업원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매장은 매출액이 무려 29.2%나 상승했다. 반면에 종업원의 만족도가 낮았던 매장은 매출액이 평균 18% 정도 줄어들었다.¹ 손님을 왕처럼 떠받들라고 강요하기에 앞서 직원들이 먼저 존중받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연구 결과다. 직원 스스로 회사를 사랑할 때 그 애정이 고객에게도 전달되어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에도 국내 유통 회사의 인식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백화점의 시각으로 보면 직원을 위한 시설은 불필요한 비용만 증가시키는 낭비적인 요소다. 오직 고객을 위한 공간만이 생산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직원 편의시설에는 인색하면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 공간은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다. 상품과 가격이 더 이상 차별화나 경쟁우위를 보장하는 핵심 요인이 아님을 알기에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오늘날의 고객 서비스는 과거와 달리 보너스Bonus가 아닌 오너스Onus로 바뀌었다. 기업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객 서비스는 이제 쇼핑센터의 책임이자 의무이며, 소비자 역시 이를 덤이나 행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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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는 유니클로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롯데아울렛 군산점의 1층 화장실은 유니클로 매장을 거쳐야만 갈 수 있는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2019년 여름,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무렵, 유니클로 매장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롯데 측의 꼼수라는 비난이 일었다. [그림 출처 : 롯데쇼핑㈜(lotteshopping.com)]

    아이러니한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입으로는 고객 서비스를 외치지만 그들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마케팅에 임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그렇다. 많은 돈을 마케팅에 쏟아부으며 사람들을 점포로 불러들이지만 정작 방문한 고객에게는 온갖 불편함을 강요한다.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곳에 꼭꼭 숨겨둔다거나 특정 매장을 통과해야만 이를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건 애교에 불과하다. 올라갈 때는 그렇게 빠르고 편리했던 에스컬레이터도 내려올 때는 왜 그렇게 더디고 불편한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가장 심한 건 뭐니뭐니 해도 엘리베이터다. 어느 쇼핑센터를 가보더라도 엘리베이터는 늘 매장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마련되어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짐이 많은 사람을 위한 이동장치가 다름 아닌 엘리베이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말하는 마케팅에는 애당초 고객 서비스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객이야 불편하든 말든 상품에 대한 노출과 판매만 극대화할 수 있으면 그게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믿는 듯하다. 고객 서비스는 마케팅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독립적인 활동으로 보인다. 고객 서비스를 자신들의 마케팅에 놀아나느라 피폐해진 소비자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하나의 치유 수단으로 이해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뜻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들은 악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들은 ‘판매’와 ‘마케팅’을 혼동하고 있을 뿐 진짜 악마는 아니다. 어디까지가 판매이고 어디부터가 마케팅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니 공간 마케팅의 목표가 ‘고객몰이’가 아닌 ‘고객유인’에 있음을 이해하는 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관심은 온통 점포로 들어온 사람들의 지갑을 터는 데에만 집중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앞서 점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발을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즐겁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게 공간 마케팅의 핵심이자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학에서 말하기를, 마케팅의 본질은 ‘고객’과 ‘시장’, 그리고 ‘가치’에 있다고 했다. 더없이 교과서적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다. 이 기본적인 명제만 이해하더라도 쇼핑센터는 지금처럼 획일적이고 국적 불명의 ‘非장소Non-Place’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학생도 교직원도 모두 생활하기에 불편한 학교, 환자는 외롭고 의료진은 괴로운 병원처럼 오늘날의 쇼핑센터 역시 고객과 직원에게 불편함만 가져다주는 비효율의 상징으로 반열에 올랐다. 화려한 간판과 쇼윈도, 온갖 값비싼 상품과 장식들로 포장했지만 정작 ‘장소’로서 가져야 할 실제성實際性은 물론 그 어떤 특징조차 발견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²

    모든 건 마케팅에 대한 오해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다.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릴 뿐 고객과의 관계 개선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늘 ‘고객 만족’과 ‘서비스’를 외친다. 거래에 대한 개념도 무척 근시안적이다. 대부분 개별 거래이익에만 집착할 뿐 고객 한 사람이 가진 평생가치는 늘 등한시된다. 오늘날의 쇼핑센터가 최소한의 공감마저도 상실해버린 가상공간이자 비인간적인 장소로 전락하게 된 이유다. 이 쇼핑센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02

    관성慣性에 빠진 리테일러 1612383620783_11

    우리 안에 원숭이 다섯 마리가 있다. 우리 중간에 삼각대 모양의 사다리가 있고, 그 위에 먹음직스러운 바나나 한 꾸러미가 놓여 있다. 마침 원숭이 한 마리가 바나나를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사다리를 기어오른다. 그러자 밑에 있던 네 마리 원숭이들의 머리 위로 느닷없이 물벼락이 쏟아진다. 찬물을 뒤집어쓴 원숭이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한 모습이지만 같은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이내 물이 쏟아지는 이유를 깨닫는다. 누군가 사다리를 기어오르는 행동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유를 알아챈 원숭이는 다른 개체가 사다리 근처로 가기만 해도 오르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는다. 오르려는 자와 막는 자의 몸싸움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모든 원숭이가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 무렵 원숭이들 가운데 한 마리가 새로운 녀석으로 교체된다. 새로 들어온 원숭이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턱이 없기에 바나나를 발견하자마자 사다리를 기어오르려고 한다. 이를 본 나머지 네 마리가 신입을 막아선다.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온 힘을 다해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낸다. 영문도 모르는 신입이 이 일을 겪으며 깨닫는 건 절대로 사다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사실뿐이다. 그 이유가 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사다리를 올라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을 학습할 뿐이다.

    때마침 또 한 마리의 원숭이가 새롭게 교체된다. 새로 들어온 녀석 역시 사다리 위에 놓인 바나나에 먼저 관심을 보인다. 이를 눈치챈 나머지 네 마리가 신입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결과는 뻔하다. 신입은 사다리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실컷 두들겨 맞기만 할 뿐이다. 그런 그가 깨닫는 건 사다리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신입이 들어오면 일단 두들겨 패는 게 이곳의 집단문화라고 오해해버린다. 사다리에 오르면 물벼락이 쏟아진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묻혀버린 채 말이다. 또다시 원숭이가 교체되고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오해’는 점차 ‘전통’으로 굳어진다. 신입에 대한 폭력이 하나의 전통으로 인식되면서 점차 합리성을 얻어가는 것이다.

    ³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은 공급자의 손에 쥐어지기 마련이다. 공급자가 우위에 서 있다 보니 제조되는 상품 역시 공급자의 이해관계를 따른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이 상품성이나 거래의 필요성에 따라 거실의 크기를 비롯한 각종 평면계획을 달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으면서 소비자가 누리게 될 생활의 편리함이나 삶의 질 같은 것들도 함께 중요해졌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가치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쇼핑센터도 마찬가지다. 갈 만한 곳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쇼핑센터가 소비자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쇼핑센터가 솟아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럴지는 미지수다. 때는 바야흐로 편리하고 개성 다양한 온라인 소매업체의 시대가 아닌가?

    기다림과 인내를 미덕으로 지금껏 오프라인을 지지해주던 기성세대 역시 점점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추세다. 더군다나 그들의 빈자리는 지루하고 관심 없는 것들을 과감히 패스하는 젊은 세대가 대체하고 있다. 이들은 ‘스킵Skip’이나 ‘스압(스크롤 압박)’, ‘짤방(짧은 방송클립 영상)’ 같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인스턴트식 신조어를 만든 주역이다. 정성스런 가정식 대신 간편한 외식을 더욱 즐기는 세대인 만큼 그들은 편하고 안락하며 쉬운 것을 추구하는 계층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 그들에게 기성세대에나 먹히던 쇼핑센터의 전략이 여전히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성격 급한 세대가 머물기에는 불편함을 넘어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육중한 철문과 높은 담장으로도 남영동 대공분실의 잔혹한 과거를 덮을 수 없었듯이 제아무리 화려함으로 공간을 치장하더라도 쇼핑센터의 숨은 의도는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시간과 날씨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매장의 창문을 모두 없애버리는 구습도 피해자의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보안을 유지하려는 취조실을 떠오르게 할 뿐이다. 이미 세계는 자연채광을 통해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쇼핑센터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는데 말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위치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공간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인스턴트 세대에게는 낙점 요소다. 최대한 많은 매장을 거치도록 미로처럼 동선을 꼬아놓는다거나 ‘대형 마트’라고 부를 정도로 크고 넓은 매장에서 그 흔한 평면도나 안내도조차 마련해두지 않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의도만 놓고 본다면 남영동 대공분실의 나선형 계단과 다를 게 없다. 끌려온 방향과 끌려 올라간 층수를 알 수 없도록 1층부터 5층까지 한 번에 연결해놓은 그 악명높은 계단 말이다.⁴ 이런 공간에서 안락함이나 친근한 감정을 느낄 사람은 없다. 인스턴트 세대에게는 아마도 1980년대 고문실과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그런 억지스런 공간 설계가 고문 피해자의 입을 열었을지는 몰라도 소비자의 지갑까지 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는 인간의 행동을 자극과 반응의 결합으로 규정한 스키너B. F. Skinner의 행동주의 이론만 보더라도 분명해진다. ‘고문’은 이론과 맞아떨어지더라도, 공간 계획을 통한 ‘불편함’은 아무런 관련성을 가지지 못한다. 실제로 고문은 고문 자체보다 고통이 멈추는 순간을 이용한다. 고문을 멈추는 행위가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매력적인 보상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에 반해 ‘불편함’은 그 자체로 강화요인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제거하는 순간을 이용하는 ‘부정적 강화’로도 활용할 수 없다. 매번 쇼핑몰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한번 만들어진 불편함은 자의든 타의든 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강조하는 공간 계획 자체가 절대 ‘강화’요인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스키너의 주장대로 인간은 정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복잡한 유기체다. 더불어 장소가 달라지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사람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⁵ 그렇기 때문에 공간 기획가는 공간 계획을 통해 소비자를 움직이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인간은 여러 다양한 법칙들에 지배를 받지만 결국 몸이 편한 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고통과 불편은 피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려 한다. 그러니 제아무리 잔디밭을 가로지르지 못하도록 줄을 쳐놓고 경고문을 붙여놔도 결국에는 길을 내고야 마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강압이나 강제보다는 자연스러운 권유와 유도에 힘이 실린다. 마치 권유하듯 이루어지는 제어는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의 경험을 통해서도 그 힘이 입증됐다. 한때 DVD 대여업에 종사하던 시절, 고질적인 문제였던 반납기일 연체를 해결한 것도 부정적인 자극이 아닌 우호적인 영업 정책을 통해서였다. 기한을 넘겨 반납한 고객에게 비싼 연체료를 물리는 대신 제때 반납하거나 일찍 가져다준 사람들에게 오히려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줌으로써 말이다. 부정적인 성격의 ‘페널티’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의 ‘인센티브’가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더욱 효과적임을 몸소 증명해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산업디자인의 기류가 ‘어포던스Affordance’로 전환되고,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의 ‘넛지이론’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예컨대 디자인의 경우, 별다른 설명이나 안내 없이 단순하고 유쾌한 모양과 기호만으로 소비자의 올바른 사용과 행동을 유도해내는 기법이 호응을 얻는 추세다. 마케팅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금지나 명령 같은 강압적인 방법보다는 오히려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듯한 가벼운 권유가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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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문을 어떻게 열라고 말을 하거나 안내문을 붙일 필요는 없다. 손잡이 디자인을 통해 얼마든지 행동 제어가 가능하다. 원형의 손잡이는 돌려서 열면 된다는 메시지를 의미한다. 튀어나온 손잡이는 잡아당기라는 뜻이다. 손잡이가 없거나 금속판만 붙어있는 경우는 그냥 밀면 된다는 뜻이다. [그림 출처 : Bates Meron(batesmeron.com)]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트렌드는 쇼핑센터를 만들고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편함’ 같은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유인설계를 가미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말이다. 소비자가 누려야 할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고객의 행동을 유도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경제 주체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건을 고르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까지는 야속하리만큼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이지만 이때만 제외하면 영락없는 감정의 동물이다. 알아서 문을 여닫아주는 자동문 앞에서조차 감격스러워하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이토록 여린 인간을 단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니 이야기가 삭막하고 복잡해질 뿐이다. 관점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전환하면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소비자 역시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그저 놀랍고도 익숙하며 짜릿한 쾌감을 제공하는 쇼핑공간을 원한다.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뿌린 대로 거두어들이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정의이자 기본 생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비자를 즐겁게 하든 불편하게 하든 그것은 공간 기획가의 자유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모두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 매장 내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환경에서 비롯되고,⁶ 그렇게 생겨난 감정은 쇼핑에 임하는 태도와 의도는 물론 실질적인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적지 않은 공간 기획가들이 불편함을 축적하고 고통으로 가득 채운 쇼핑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지를 불태운다. 앞서 원숭이들의 행동처럼 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내려오는 방식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원래의 목적이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왜곡되어 전해지는 것일 수도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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